[.....잤냐?] 녀석의 목소리에 책상 끝머리에 놓인시계를 봤다. 1시 30분. 평소보다 늦긴 했지만 아직 잠을 자고 싶진 않았다. 녀석에게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깜박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해된거 아니지?] 다시 한번 재차, 조심스레 되묻는 녀석에게 이번에는 고갯짓이 아니라 내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응, 근데 이시간엔 왠일이야." 확실이 내가 잘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녀석이 전화할 시간은 아니였다. 평소에 전화도 잘 안하던 녀석이였는데, 들리는 목소리가 심각한걸로 봐선, 뭔가 단단히 할말이 있는가 보다. [그냥 했다.] "웃기지말고." 나는 읽고 있던 소설책을 덮었다. 이미 몇번이나 봤던 책이였지만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매일 같이 펴보는 소설책, 심심하거나, 할일이 없을때 읽게 되곤 하는, 이라고 하면 순전히 거짓말이고 사실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집중이 안될때라던가. 하기싫은 숙제가 있을때마다 더욱 땡기는 소설책이였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내가 아낌없이 사비를 쏟아부으며 모아놨던 셜록홈즈. 시드니 파젯의 삽화그림이 멋진, 아마도 7권이였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 보니 몇권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뭐 홈즈가 차례로 읽어야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후...] 전화기 속 너머 녀석의 한숨소리가 내 귓가에 까지 들리는거 같아서 나는 잠시 몸을 움추렸다. 덮었던 책의 읽던 마지막 페이지 귀퉁이를 나도 모르게 접었던게 보여서 나는 혀를 차곤 다시 책을 펴 그 끝자락을 꼭꼭 눌러폈다. 책에 구김가는건 정말 싫은데, 다른 책들을 읽을때 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접어놨던 습관이라는건 이렇게나 고쳐지지가 않는다. "오밤중에 전화해서 귀에대고 한숨질이야. 징그럽게" [..한지민] "그래, 나 아직 전화 안끊었다" 전화기 너머 망설이는 목소리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었다. 시덥잖은 말이나 하려고 오밤중에 내 잠을 깨울 위험을 마다하고 전화한건 아닐테니 뭔가 중요한 말일것도 같은데. 왜 이다지도 뜸을 들이는건지..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 때문인가...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 가슴한구석이 덜컹. 하고 내려 앉았다가 빠르게 부상했다. 수면위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익사자 처럼, 안타깝게 내안에서 허우적거리던 심장이 제자리를 찾아갈 무렵, 그때까지도 내 귓가에 잔상처럼 남아 있던 녀석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내 뇌를 진동시켰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마도, 녀석이겠지.? 맞지? ........이혁아? "...그래서." 오밤중에 전화해서 나 좋아하는 사람있어~ 놀랐지. 메롱. 하려고 한건 아니겠지? 물론, 그런건 니 성격에도 맞지 않을테니, 내가 그럴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고 걱정은 하지 말고. [....고백하면 차일꺼 같아. 씨발..] 나는 덮었던 책 끝머리를 계속 노려봤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그 책은 겉표지가 온통 까만색이였다. 그 까만색색들이 내 눈안에 들어와박혀 나는 내가 금새 눈을 감고 있었던건가. 아니였던가. 혼란이 들었다. 눈을 떠도, 감아도 갇혀 있는거 같은 어둠. 녀석의 목소리에 들어있는 혼란이란 감정이, 나에게 불러온 감정은 어둠이다. "병신. 고백하면 '아마도' 차일꺼 같은 가능성 때문에 질질 짜고 싶어서 전화라도 한거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런적 처음이야.] 처음이야. 진짜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녀석은 자꾸 자신의 목소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살짝 농담처럼 녀석을 타박하는 내말에도 별 대꾸가 없는걸 보니 녀석은 나름대로 무척이나 진지한거 같았다. 하지만, 처음이라고 살짝 긴장하는 녀석의 말엔 별로 동의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병신, 소이혁, 여태 좋다고 니가 질질 매던 여자들을 다 잊었냐. ...하긴, 니가 지금 이렇게 나에게 전화걸 정도로 신경쓰는, 그 좋아하는 상대라는게 내 생각대로라면야 처음이겠지만.. "....천하의 소이혁이 왜 이렇게 약한 모습이야. 기운내 임마"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 쉽지 않고, 모른척 해야하는 상대가 내 친구라는건 정말이지 더 싫은 상황이고. 그 친구라는게, 죽도록 같이 붙어다닌 단짝친구라는건 진짜 최악의 상황이다. 덧붙여 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자면.. [....상대가, 김현이라도 말이냐?] 그 단짝 친구를 내가 말도 못하게 좋아하고 있다는거. "헬로우 마이 디어 프랜드~" "........어제 옮긴 학원에 영어 강사가 미인이디?" "오오오오 빙고! 역시 한지민! 너 돗자리 깔아!" 내 귀밑머리정도 올까.?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시도한다는것 자체가 녀석의 신체구조상 무척이나 힘든일 일텐데도 저멀리서 다다닥 소리가 나도록 달려온 녀석은 늘상 하던데로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해댔다. 어쩐지 이녀석을 위해서 내가 키를 좀 줄여야 하나 고민이 들정도다. "김현, 이제 학원 좀 고만 옮겨 다녀. 공부도 안하면서 매일 학원다니는거 돈낭비야." "하하. 미희랑 깨졌잖아. 내 얼굴 꼴보기 싫데. 완전 젠장 아니냐? 난 뭐 지 면상 보고 싶은줄 아나" 퉷. 녀석은 금새 인상을 찌푸렸다. 뭐, 그래도 녀석의 귀여운 얼굴은 어디 안간다. 생긴거랑은 영다른 녀석의 말투, 행동.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될만도 한데. 아무래도 나란 인간도 영 무딘가 보다. "근데 넌 왠일로 이렇게 늦게 등교하는거야?" 내 어깨에 올린 녀석의 팔은 이제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맞춰주느냐 오른쪽 어깨를 살짝 내리면서 걷고 있었다. 때문에, 한쪽 무릎이 젠장할만큼 저리다. "요즘에 별 시덥잖은 소설책 하나를 손에 잡아서." "또또 추리 소설 읽다가 잠들었냐?" "아냐." "아니긴 뭐가 아니야. 뻔하지." 현이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나를 타박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좀더 굵은 목소리. 뒤돌아 쳐다보니, 승룡이였다. 현이도 그렇고 승룡이 녀석까지 만난거 보니 아무래도 나, 늦긴 늦었나보다. "아니야 최승룡. 이제 추리소설 안읽기로 했어." "웃기네" "웃기네" 다른 두입이건만, 내 뱉는 단어는 둘다 똑같다. 곧이어 불만처럼 나온, 왜이렇게 다른 소설도 아니고. 셜록홈즈에만 열광하느냐는 승룡이의 말에 나는, 그져 왓슨같은 친구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셜록홈즈옆에서, 지랄같은 홈즈성격 다 받아주면서 있어주는건 홈즈와 왓슨사이의 끈끈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니까. 내가 한말이 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녀석들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나보다. 나는 결국 킥킥거리면서.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지각이라고 할꺼 까진 아니지만. 평소 오던 시간보단 좀 늦은것도 같다. 드르륵. "어. 왠일이야. 소이혁! 존나 일찍 왔잖아~" 셋이서 이러니 저러니,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교실로 들어갔을때, 이혁이 녀석은 먼져 와있었다. 창가 맨뒷자리에 엎드려 있는 녀석을 보자마자. 현이 녀석이 다다다 달려간다. 촐싹맞아. 나는 입안으로 그 단어를 곱씹으며 걸음을 옮겼다. 옆에 승룡이는 그런 현이 모습이야 매번 봐왔던 거라 별 느낌이 없는지 그져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오늘 수학숙제 좀 보여달라고 치근거리고 있었다. 눈으론 계속, 이혁이와 현이가 투닥거리는걸 보면서 나는 건너편 내 자리에 앉았다. 반사적으로 승룡이 녀석에게 수학숙제를 건네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숨을 내쉬어야했다. 제길.. 소이혁 어젠 질질 짤꺼 같더니, "왔냐? 늦었다" 현이 녀석이 이혁이 녀석 등판에 매달려, 아빠네 어쩌네 하고 있는데, 용케도 현이 녀석에게 온정신이 다 빼앗기지도 않고, 이혁이 녀석이 날 보고 인사했다. 그럴생각은 아니였는데, 나도 모르게 표정이 별로 였는지. 날 보고 인사하던 이혁이녀석 얼굴표정도 금새 이그러졌다. 아니야. 어젯밤 니 전화때문에, 너한테 불쾌해서 이러는거 아니다. 목구녕 까지 올라온 내 이 말은, 정작 교실안의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다시 내 목구녕을 타고 내 안으로 내려갔다. 뭐라 한마디 더 해주길 바라는 이혁이녀석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내 대각선 앞자리에 앉아 이제 열렬하게 수학숙제를 베끼고 있는 승룡이 녀석을 불렀다. "야. 배고파. 아침 먹으러 가자" "이혁이랑 싸웠냐?" 수학이 1교시라 숙제를 마져 베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으로 내 얼굴을 잠시 보던 승룡이 녀석은 내가 별말 없이 쳐다만 보자 결국, 졌다. 하면서 일어나 매점에 왔다. 굳이 내가 빵을 사겠다고 했는데도, 매점에 새로들어온 메론빵을 두개 집어들고, 딸기 우유도 두개나 집어들더니 지가 계산을 해버렸다. 나야 별로 나쁘지 않아 녀석이 건내는 빵이랑 우유를 집어들고 우물거리고 있으려니 녀석이 물어본다는 말이 저거다. 아무래도 어색해 보였나. "싸울일이 뭐있어. 어제도 오락실에서 신나게 놀다가 다같이 헤어졌는데." "뭐, 너랑 이혁이 녀석이야 원래 더 친하잖아." 메론빵안의 크림은 썡뚱맞게도 흰색이였다. 메론빵이라서 빵만 메론색인가. 녹색은 눈을 편하게 해줄지는 몰라도 식욕은 전혀 안생기는 생긴가보다. 빵맛은 정말이지 별로였다. 난, 메로나 아이스크림도 안좋아하는거 보니, 아무래도 메론이라는 생명체가 별론가보다. "내가 왜 이혁이랑 더 친해." "....그럼, 한지민 넌 나랑 더 친하냐?" 뭐, 그렇다면 그렇겠지. 라면서 나는 메론빵을 마져 베어물었다. 비릿한 맛이 아무래도 참외가 덜익은 맛이 난다. 어울리지 않게 딸기 우유라니 참외랑 딸기랑 입안에서 섞이면 정말 상상도 못할 맛이나는구나. "젠장, 소꿉친구 두분 사이에서 내가 뭘 알아야지 기분이라도 맞춰주지." 결국 녀석은 반쯤 먹던 빵을 입안에 우적우적 한번에 쑤셔 넣고는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양새를 빤히 보면서 나는 아무래도 다음엔, 녀석이 다시 빵이니 우유니 사준다고 해도 녀석보고 고르지는 말게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나저나, 우유가 넘어가는 승룡이 녀석의 목선하나는 끝내줬다. 저 남성의 상징이라도 되는듯 불룩나온 목울대. 나한테도 있는데, 내꺼는 왜 저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는거지. "소꿉친구는 무슨. 아주 소이혁이라면 내가 지겨워 죽겠다. " 승룡이 녀석의 목선에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마져 빵을 베어물었다. 빵은 아직도 남았는데, 우유는 벌써 다마셔버렸다. 목이 메일껏도 같은데, 다시 우유하나를 사기엔, 내가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해서. 나는 그냥 들고 있던 빵을 봉지에 넣어 반쯤 접어들곤 매점에서 일어났다. "역시 메론맛은 별로다 그치?" 녀석은 그져 낄낄 대면서 같이 따라 일어났다 따라일어난 녀석의 눈높이가 나랑 얼추 비슷한게 키는 나랑 1~2 m정도 차이나는거 같은데 몸무게는 적어도 7~8kg은 차이날듯 싶다. 일학기 신체검사때에 재본거니 아직도 그정도 차이가 나는진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몸무게는 더 벌어지게 차이가 났을지도 모를일이다. 승룡이 녀석, 오죽 잘먹어대야지. 180이 넘어가는 그 선상에서 나는 어쩐지 비틀비틀 거리고 있었다. 키도 멈춰 버린듯 싶었고, 몸무게도 더이상 늘지 않았다. 이렇게나 잘먹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내 노력이라는건, 한번도 제대로 보답받아본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남들에 비해서는 항상 먼져 커버린 키였는데, 소이혁 녀석을 이겨본적은 한번도 없네. 지긋지긋하다 소이혁. 내 소꿉친구. 내 불알친구, 내 초등학교동창, 내..... 첫사랑. "매점갈꺼면 같이 가지. 나도 존나 배고팠단 말이야~" 김현 녀석은 작다. 작아서 내 귀밑머리정도밖에 안오는데도, 우리중에서 아마도 제일 오기가 쎄고, 깡도 있고, 아마 말은 안해도 길거리에 내놓으면 10분도 못가 지나가는 사람이랑 시비붙고 말놈이였다. 우리나 되니까. 너랑 놀아준다.라는 말은 녀석에겐 그냥 하는 말이아니였다. "이혁아 우리도 뭐 먹으러 가자. 으으 아침 먹고 나왔는데도 왜이렇게 배고픈거야." 현이 녀석이 웃으면서 대하는 상대라고는 아마 나, 이혁이, 승룡이 녀석이 전부일테다. 이학년 올라와서 어정쩡 하게 우리패거리에 끼이게 된녀석은 이제 녀석이 없다는거 자체가 이상하게 되버릴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했다. "넌 맨날 그렇게 먹는데 키는 이모양이냐." 승룡이 녀석이 현이 녀석 머리통을 투욱 건드리면서 놈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꺼내자 안그래도 우리둘만 매점에 갔다온게 심통이 난 현이 녀석 얼굴이 당장 씨뻘게 진다. "넌 그렇게 쳐먹어서 뚱뚱하냐?" "어어, 말은 바로해. 내가 어디가 뚱뚱해." 안그래? 라면서 승룡이녀석이 날 바라보는데, 나는 그져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사실, 승룡이 녀석은 덩치가 좋고, 몸이 좋은거지 뚱뚱한건 아니였다. 대신, 현이 니녀석이 너무 작고, 뽀얀거야..라고 반사적으로 말이 나올뻔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아..젠장. 저런얼굴의 혁이 녀석을 보고 싶었던건 아니였는데. 승룡이 녀석과 이제는 아주 죽자사자 매달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이녀석얼굴을 훝는 혁이녀석의 시선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위험해 보일정도였다. 보는 내가 녀석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는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으니. 소이혁. 넌 너무 하는거야. 나한테, 너무하는거야. 수학선생의 사투리는 끔찍했다. 학기초, 한달여간을 적응해 보려고 노력했다는 애들중에 다반수가 떨어져 나갔으니, 저건 사투리 수준이 아니라 외국어였다. 나는 물론, 노력해서 적응된 케이스였지만. 우리 네명중엔 나빼곤, 아무도 적응된 녀석들이 없었다. 물론, 저녀석들은 노력도 안했겠지만. "벌써 배고파...." 사실 수학선생은 외계인이 보낸 괴 생명체인데 우리학교학생들을 상대로 외계주파를 쏘아보내고 있는거니 절대로 귀담아 듣지 말고 잠이나 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곤 했던 현이 녀석은 이미 길게 뻣어있었다. 건너 옆자리에 앉은 녀석을 흘낏 보니, 추욱 늘어져 있는게, 수업중엔 자다가 쉬는 시간 종소리가 들리니 바로 일어난것 같았다. 녀석. 아까 내가 남긴 메론빵 반조각으로도 성이 안차는지 또 배고프다고 타령이다. "도시락 까먹어라." 설마 또 수져만 가져온거 아니겠지. 하는 승룡이 녀석의 말은 한귀로 흘려들었는지. 녀석은 얼굴이 금새 발그레 하게 상기되서는 이혁이 녀석을 돌아봤다. 그 두녀석의 모습이 한컷에 잡히는 나로서는, 현이 녀석이 뒤를 돌아 이혁이 녀석을 보자마자 혁이 녀석의 고개가 팍. 소리날정도로 돌아 창가 운동장을 바라보게 되었다는게 보고싶지 않아도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짜증이다. "혁아~ 니 도시락 까먹자~ 응?" 현이 녀석이 저렇게 애처럼 매달리면, 혁이 녀석은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 그대로 해준다. 그래서 현이가 가끔 아빠라고 매달리고 칭얼 거리기도 하는거 같은데, 내가 여태 알고 지냈던 혁이 녀석은, 한번도 저런 모습이었던 적이 없어서 나는 보면서도 쏠릴지경이다. 다정다감한 소이혁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중학교때, 안그래도 싸납게 생긴 녀석이 길다니며 하도 시비를 붙어놔서, 매일 같이 뒤치닥거리를 하던것도 나였고. 녀석의 싸움에 휘말려 같이 여러번 얻어터진것도 나였다. 그런 녀석의 본모습이야 내가 제일 잘안다. 정말이지 진짜미친개 모냥 싸움만 하고 다닌녀석이였는데. 매일 같이 배고프다며 칭얼거리는 현이녀석때문에 놈은 어울리지도 않게 지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녔다. 중학교 내내, 도시락이 뭔지도 모르던 놈이.! "야. 혁이 얼굴 뚫어 지겠다." 승룡이 녀석이 지자리에서 앉으자세로 뒤돌아 내 책상에 비스듬히 엎드렸다. 아무래도 불편한 자세같은데. "저새끼 얼굴 아주 그냥 뚫어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수학책을 소리나게 서랍에 챙겨 넣으며 속으로만 웅얼 거리던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좀 이상하다. "너, 오늘 진짜 이상해." 승룡이 녀석,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듯 입을 놀린다. 녀석을 흘낏 보곤, 다시 혁이녀석을 흘낏 쳐다봤다. ....지랄을한다. 현이녀석이 밥을 퍼먹다 한수져 녀석의 입에다 넣어주니. 어울리지 않은 면상 가득 웃음꽃이 만발이다. 쏠린다. 젠장. 밥에다가 마요네즈 발라 먹는기분이다. 토나와. "저놈둘이 더 이상하다. 아침부터 니놈이 사준 메론빵도 이상했어." 흘낏 쳐다보는 승룡이 눈에, 그 안에 지금 이상황이 못견디게 싫어, 빌빌 거리는 내가 있었다. 나약한놈, 노력한번 안해보곤 현이녀석을 질투하고 있는 지지리도 못난놈. " 그럼, 다음엔 빵말고 라면 사먹자." 승룡이 녀석의 말간 눈이 싫다. 덩치랑 어울리지 않게 상냥한 놈의 시선이 싫다. 그 시선끝에, 불안한듯 매달린 내가 싫다. 벌거벗고, 통유리 안에 들어가 있는것 처럼 보이는 내 자신이 징그럽다. 난, 변태야. 언제라고 확실하게 기억이 나는것도 아니고, 딱히 언제가 시작이였는지도 모르겠는, 나의 짝사랑은. 자각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어있었다. 일주일에 몇번을 이혁이 녀석 품안에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내손에 싸버렸고, 나는 녀석과는 화장실도 같이 못가게 되어버렸다. 내 몸에 닿는 녀석의 손길이라는것도 결국엔 견디지 못해서 고등학교 들어올 무렵에 이혁이 녀석과 나는, 그져 말로만 친한친구에 불과했다. 아마도, 녀석이 야한 비디오라며 같이 보자고 우리집에 놀러와 틀어줬을때 한창 꼴려 죽을꺼 같다는 녀석의 표정과는 달리, 나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게 문제 였을꺼다. 오히려, 벌겋게 달아오른 이혁이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그날 내내 죽을꺼 같았던게. 나는 확실히 변태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매일 같이 봐야 하는 저 마냥 사납게만 생긴, 마냥 키만큰. 승룡이 처럼 몸이 좋은것도 아닌 저놈을. 내가 이렇게나 간절하게 원하게 될줄은. 아마, 날 낳고, 미역국을 자셨을 우리 어머니도 모르셨을테다. 길죽하게 자라기만 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미웠던가. 매일 같이 이혁이 녀석이 데리고 오는 자그마한 여자애들을 보면서 나는 안된다고 얼마나 마음을 다잡았던가. 이미 호모가 되어버린 나스스로에게 경멸을 보내다가 지쳐 인정해 버리고, 뻣 속까지 노말인 혁이 녀석을 보면서, 내 사랑을 접어야 한다고 수학공식처럼 되뇌였을때, 이혁이 녀석은 현이 녀석을 내가 놈을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품안에 안길꺼 같이 작은체구, 보드라운 피부, 시원한 눈매. 현이 녀석은. 정말이지, 남자일뿐. 여태 이혁이놈이 데리고온 놈의 취향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질 않았다. 부러운건 둘째치고, 미칠듯한 분노가 몰려왔다. 멀대 같이 크기만한 나의키. 내가 남자라는 사실. 이와중에도 현이 녀석을 미워할수 없는 바보 같은 내자신. 이혁이 녀석이 좋아하는 현이는. 어느새 내 사랑도 독차지 하고 있었다. 아마도 애증. 내가 좋아하는 놈의 시선으로 현이녀석을 보려니. 이혁이 녀석 마음이 줄줄 이해가 된다. 바보 멍청이 같게도 둔한 현이 놈은 이혁이 놈이 자길 어떻게 보든지 말든지 매일 같이 매달려 희희덕 거리고 있고, 어울리지 않게 순정 로맨티스트를 자청하신 우리 소이혁군 께서는 이제 매일 혼자 손으로 헉헉대고 있으실테였다. 마치 지금의 내가 이혁이를 보듯이. "아까 부터 얼마나 불렀는데, 못들어. 4교시 수업 바뀌었데, 체육으로" 승룡이 녀석이 내눈앞에서 쳐대는 손길에 그새 정신이 확 들어왔다. 벌써 4교시 수업시간이 된건가. 말없이 사물함에 가서 체육복을 꺼내들고 오니, 현이 녀석은 또 지 체육복 바지가 없어졌다고 한바탕 소란이다. 저럴시간에 옆반가서 빌릴것이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현이 녀석이 빌리기도 전에 이혁이 녀석이 빌려올꺼다. 아마도. "이거 입어." 역시나. 가타부타 설명 없이 혁이 녀석이 쓰윽 디미는 체육복에, 현이 녀석 금방 얼굴이 활짝 미소가 어린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 라면서 이혁이 녀석에게 달려드는데, 그런 이혁이 녀석의 표정이라는건. 내가 보기에도 아깝고. 안타깝다. 힘들지? 아마, 무척 힘들꺼야. 아무것도 모르는 현이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 너에겐 너무나 고통일꺼다. "가끔은 너~무 멍해. 무방비해. 너. 한지민." 갑작스레 들려오는 승룡이 녀석의 목소리에 내 상념의 한귀퉁이는 서걱 잘려나갔다. 무슨 소린가 싶어 녀석을 돌아보니 놈의 시선은 내 체육복 윗도리에 꼿혀있다. "왜 팔을 두쪽다 같은 쪽으로 끼고 있는거야?" 갑자기 정신이라도 나간거야? 라는데, 나는 그제서야 내가 체육복을 아직도 못입고 앉아선 꼴사납게 오른쪽 팔에다가 왼팔, 오른팔을 둘다 쑤셔넣고 있다는걸 알았다. 어쩐지. 안입혀 지더라니. ".....오늘부터 미쳐서 체육 못한다고 하면, 개기름이 지랄할까.?" 그런 날 보며 승룡이 녀석고개를 내젓는다. 글쎄. 아마도 니 면상에 같이 개기름을 발라주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데. 라는데, 그말엔 나도 심히 동의가 간다. "야야~ 빨리 나가자~ " 오전 부터 줄창 자고, 줄창 먹어대던, 현이 녀석은 기운이 뻣쳤다. 녀석이 다다다다 달려나가버린 뒷문을 보면서 나는 한숨에 걸음을 옮겼다. ".....어젯밤일은 신경 꺼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날 치고 지나가면서 들릴듯 말듯. 이혁이 녀석이 한마디 한다. 오늘, 그래도 대화라곤 처음 하는 거였는데. 입을 열자마자. 그이야기다. 난. 싫은데. "아무래도 이상해. 너네 둘이 오늘 뭔가 있어." "우린 옛날 부터 뭔가 있었어. 너만 없었지 존나 가난한 놈아" 현이 녀석을 따라 금새 나가버린 혁이 녀석뒤를 내가 따라 나가며 승룡이 놈에게 한마디 하니 녀석이 우리집은 절대 가난하지 않은데. 란다. 그래, 가난하던지 말던지. 내알바 아니지. "쳇. 한지민, 나 좀 봐달라고." 걸어나가는 내 어깨위에 승룡이 녀석의 팔이 걸쳐지는데, 아무래도 무겁다. 어쩐지 어지러운것도 같고. 아마, 어젯밤에 잠을 너무 설쳐서 그런거 같다. "봐줄테니까. 족발좀 치워." 야야 너까지 그러기야! 나.. 안뚱뚱하다니까! 라는 승룡이 녀석의 말소린 내 빠른 걸음에 묻혀서 사라졌다. 아아. 오늘은 어쩐지 체육시간에 격렬하게 움직이는 대신에 양호실 침대에 누워서 잠이라도 자고싶다. ...............물론, 고등학생의 수업을 제끼고 싶다는 바람은 항상 바람으로만 끝난다. 알고 있지만 피곤하고. 이망할 승부근성은 더 짜증난다. "이야.~ 당췌 너랑은 게임이 안돼." "부러워!!! 나도 지민이 너만큼 키만 컸어도 젠장!" 더운날씨는 아닌데도 땀이 줄줄 흐르는걸 보면, 확실히 나는 미쳤다. 미친놈처럼 코트를 뛰어다닌거다. 지금 이렇게나 하늘이 노래 보일정도로 피곤한데도. 망할. 승부근성 따위. "피곤해..." 스탠드에 길게 누워 숨을 헉헉 대고 있으려니.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에 스탠드위에 드리워져 있던 나무들이 우스스스스 소리를 내며 휩싸여 지나간다. 현이 녀석이나 승룡이 녀석은 귀찮을 정도로 옆에 붙어서 내 승부근성에 대해 칭찬 일색인데, 내가 찾는 이혁이 녀석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번호별로 팀을 나눠 음료수 내기 비슷하게 토너먼트 형식으로 한판 뛴 농구게임은 결국 내가 속한 팀이 15점이나 앞서 다른 조들을 다 눌러버렸다. 물른 그건 내 활약이 크다. 나는 뭐든 지는게 싫으니까. 남들보다 큰키도 농구할땐 유용하다. 슬쩍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는데, 갑자기 뺨에 와닿는 차가운 느낌에 나는 몸서리 치며 눈을 떴다. "마셔라" 이혁이 녀석이 내 얼굴에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슬쩍 그 주스를 받아들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뭐야?" "너 또 땀 한바가지나 흘렸잖아. 얼굴 파란게 쓰러지겠어." 주스는 좋아하는거니 좀 마셔둬. 라는데 아무래도 어젯밤에 놈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는지라 내가 잠못자고 고민했을꺼라 생각했나보다. 가책? 그래, 이혁이 너도 현이 일이라면 이렇게 변하는구나. "나도 줘!" 혁이 녀석이 준 주스를 돌려 따는데, 현이 녀석이 금새 달려 든다. 한모금이라도 마시려고 애를 쓰는데, 니놈이 그렇게 안달려 들어도 어지간히 혁이 녀석이 하나더 사왔을까. "여기 니꺼." 내 오렌지 쥬스보다 100원 비싼 아침햇살이다. 젠장. 혁이 녀석이 현이 녀석에게 건네는 음료수 하나에도 짜증이 벌컥 치민다. 옹졸해. 알아. 옹졸한거 아는데도. "치사해." 내껀 안사왔냐. 면서 승룡이 녀석이 투덜거린다. 이혁이 녀석이 나도 안마시잖아. 라면서 승룡이 녀석에게 으쓱해 보이니 승룡이 녀석도 별말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좀 먹자." 한번에 다먹을 양 정도 밖에 안돼는 주스인지라 한참을 목넘김 좋게 넘기고 있는데, 승룡이 녀석이 쥬스를 불쑥 채어갔다. 그바람에 넘어가던 쥬스가 내 체육복 자락을 타고 흐르는데, 그것보단. "크하~ 간접 키스." 라며 내가 먹던 병에 돌려 가며 쪽쪽거리는 승룡이 녀석이 더 짜증이다. 어이없는 새끼. 장난도 무슨 저렇게 재미 없는 장난을. "요즘에 병원들도 어렵다는데 정신과에서 가서 상담좀 받아라." 남자끼리 간접키스했다고 좋아하는 놈은 정신과에 가봐야해. 라며 내가 중얼거리니, 이혁이 녀석 어꺠가 눈에 띄게 움찔거린다. 그래, 그건 이해하겠는데.. .....현이 니놈은 또 왜그래.? 결국 피곤에 쩔어 점심도 못먹고 나는 내내 양호실에 누워있었다. 수업에 빠지는걸 그닥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였던지라. 점심 시간 내내 잠을 조금 보충하고 나는 5교시 부터 7교시 까지 있는 수업을 내리 들었다. "너 눈이 씨뻘게." 가방안에 별로 든것도 없어 챙길것도 없던지라. 단지 챙겨왔던 도시락을 먹지 못해 이걸 어쩌나 고민하고 있던 중이였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엉겨붙는 승룡이 녀석을 쳐다보면서 니 엉덩이가 더 뻘게. 라고 한마디 해주니 언제 내엉덩이 까지 봤던거야! 라면서 오히려 좋아한다. "으악. 지민아 도시락 안먹었잖아~ 그거 나 먹을래!!" 반녀석들은 또 청소도 안하고 종례가 끝나자 마자 우르르 반을 빠져나갔다. 담임말을 개코로도 안듣는건 담임이 필시 여자여서 일꺼다. 남학교에 여선생으로 있으려면 좀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텐데. 우리반 담임은 영 애기다. "먹고 내일 통 가져와. 난 먼져 갈란다." 도시락통을 꺼내 현이 놈에게 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승룡이 놈도 따라 일어난다. 슬쩍 혁이 녀석을 보는데, 놈은 나랑 시선을 마주할 생각도 없는지 그져 신나서 수져질을 하고 있는 현이 녀석 얼굴만 열심이다. "간다. 내일봐." "갈께 혁아 현아~" 혁아 현이라니. 정다운 형제같아서 듣는내가 짜증이다 망할 승룡이 자식. "아..나 조지리한테 뭐 낼꺼 있는데 깜빡 했다. 씨발. 또 조지는거 아냐!! 기다려 얼렁 갔다올께" 복도를 다지나 중앙현관에 거의 다와서야 승룡이 녀석 정신도 산란하게 교무실로 뛰어간다. 어짜피 가봤자. 선생들도 퇴근했을꺼 같은데..라고 말도 붙이기 전이라. 나는 어쩔까 하다가. 현관앞에서 어정쩡 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후면 올꺼라 생각했던 승룡이 녀석이 아직도 오질 않아 나는 그럼 현이 녀석이 분명 지금쯤이면 다 먹어치웠을 도시락 통이나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에 교실로 몸을 돌렸다. 탁. "하...읏....." 문고리를 잡아 당기려던 내 손이 부끄럽다. 교실안에서 들리는 어울리지 않는 신음소리에 내 신경이 온통 곤두서 버렸다. 분명 내가 나올때, 이혁이녀석과 현이녀석밖에 없었는데. 이 망할 소리는 뭐란 말이야. ",....현아..좋아해." 쵹..하고 입술 띄는 소리가 울리고. 혁이 녀석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교실안을 가득 메운다. 아무래도. 어젯밤. 고백하고 차일꺼 같다던 녀석의 말은 괜한 기우였나 보다. "......애..들이 알면 어떻해해.." 조금은 어린듯한 현이 녀석의 목소리. 걱정이 담뿍 배어있는거 같은만큼. 기쁨도 큰 목소리. 아아. 나는 잡고 있는 문손잡이가 부스러 져라 쥐고만 서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이럴려고. 이럴려고 어제 내가 그 전화를 그렇게 받아준게 아니였는데. "울지마" 갑자기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손. 누군지도 모를 그 손이 내 눈앞을 덮쳐오자 그제서야 내 눈에서 흐르고 있는게 눈물이라는걸 알아버렸다. "보지마." 그래 울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아. 나도 사실은 그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근데. 몸뚱아리가 미쳤나봐. 완전 씨발이야. "이젠, 나만봐. 나좀 봐줘. 한지민." ...고백타이밍으론 엉망이야 최승룡. 그치만. 지금은 내가 마음이 너무 엉망으로 들쑥날쑥이니까 그냥 들어만 줄께. 니가 좋아서가 아니야. 단지. "혁아~ 우리 이제 학원 같이 다니자. 나 학원옮겼으니까 너도 그리로 와라 응?" 저렇게나 밝은 현이목소리도, 그에 대답하는 혁이목소리도. 너무나도 나랑은 멀어서. 그래서야. 너무 멀어서. 내가 가질수 없어서. 내자린 없어서. ".....이젠 혁이녀석의 왓슨따윈 그만두고, 나의 셜록이나 해줘." 단단한 승룡이 녀석의 가슴팍이 내 등에 닿는다 싶더니 녀석의 한쪽손이 내 어깨를 꽉. 끌어안는다. 아직도 녀석의 오른손안에 있는 내 얼굴은 눈물 범벅이다. 최승룡 니녀석의 고백, 정말 엉성하다. 구질구질해. ".....젠장...." 정말, 어제 혁이녀석의 전화를 받는게 아니였다. 그렇게 받아주는게 아니였다. [.....잤냐?] [...방해된거 아니지?] [그냥 했다.] [...후...] [..한지민]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고백하면 차일꺼 같아. 씨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런적 처음이야.] [....상대가, 김현이라도 말이냐?] "그래, 김현이든 누구든. 고백해. 분명히 잘될꺼야. 왜냐면, 나는 유명한 마법사거든. 나한테 말만하면, 뭐든 이루어진다니까." "임마 웃지마. 진짜라니까. 내가 너한테도 내 정체를 숨기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 "이 망할 지구상에서 내가 안유명해서 그렇지. 나 저기 화성에 가면 존나 유명해. 영광인줄 알아라." 내가, 그동안 널 좋아했던 마음 모두 그러모아 하늘에 빌테니, 너는 그져 웃기만 해라. 소이혁. ......너는 그냥, 웃기만 해라. the end